T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 서브스턴스 이야기.
*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에 주의하세요! *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
내가 서브스턴스를 보며 느낀 건 과거의 ‘나’를 잊지 못하고 과거에 갇혀 사는 한 여자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관한 욕망이 부른 대 참사라고 본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과거 화려한 스타였고 커리어를 많이 쌓아왔으며 부도 상당하다. 행복을 느낄 요소가 많은 여유로운 50대의 여자였다. 심지어 그녀는 외모마저 날씬하고 아름답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알아 보지 못하면 아무리 값비싼 다이아를 갖고 있어도 행복할 수 없다.
‘자존감’ 그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
흔히 사람들은 ‘자신감’과 ‘자존감’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자존감’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나의 좋은 점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 들키고 싶지 않은 추악한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자존감’ 이다.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론, 가능한 것만. 현실적으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건 분명히 있다.
시간을 거슬러 가는 것, 젊음, 세월을 돌리는 것.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 행복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젊음’에 집착하고 나이드는 것을 두려워 한다면, 나이만 먹은 어린아이로 쭉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를 갉아먹는 건 내 자신이다.
*스포 주의*
영화 초반에서 수는 자기 자신인 엘리자베스를 정성스럽게 치료하고 밥을 먹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하지 않게 다루는가 하면, 깜깜한 방에 가두기도 하고 심지어 마지막엔 엘리자베스의 피를 빨아 먹는다. 그것도 처음엔 조금씩 먹다가 나중엔 뼈가 되도록 빨아 먹는다.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3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그리고 비밀의 삶’
누구나 남에게는 보여지기 싫은 나만의 추악한 모습을 하나 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건 외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 내면적인 부분이 되기도 한다. 나 조차도 싫어하는 나의 모습까지 사랑하자! 라는 이야기로 나는 이 영화 서브스턴스 를 해석했다. 그런 모습을 나마저 거부하면 계속 그 부분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수가 엘리자베스를 혐오하는 장면이 너무 슬프게 와 닿았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전히 나예요.’
극 중 대사이다. 초반에는 20대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동경한 엘리자베스가 마지막엔 그토록 혐오했던 자신의 모습(50대의 엘리자베스)을 그리워한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에 나 모두 내 자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초등학교 때는 유치원 때가 좋았다고 생각하고, 중학교 때는 초등학교 때가 좋았다고 하고,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가 좋았다 생각하고, 성인이 되면 학생 일 때 좋았다고 생각을 할거니까 그러므로 당신의 인생은 가장 행복했습니다. 라고..
물론 나도 더 나이가 먹으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루하루 현재의 아름다운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해본다. 10년 뒤, 나는 지금의 나를 그리워 할 테니
나는 모든 여자들이 아름다움, 젊음에 관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지길 원한다.
내 자신이 나를 편하게 놓아주어야 한다. 행복하자 우리!